도서관 사서님의 추천으로 우연히 손에 잡게 된 책 한 권이
제 마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김지수 작가가 우리 시대의 지성, 고(故) 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순간들을 기록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인터뷰집이 아니라,
삶의 끝자락에서 길어 올린 생의 정수와 지혜가 담긴 따뜻한 대화록이었습니다.
수많은 문장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제 삶을 돌아보게 만든 몇 가지 구절과 그에 대한 생각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가장 아프고 찬란했던 질문, "너만의 무늬는 무엇인가?"
책의 여러 구절 중에서도 제 마음을 가장 오래 붙들었던 것은 강화도 '무문석(無紋席)'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화문석은 무늬를 넣으니 짜는 재미가 있지만요.
무문석은 민짜라 짜는 사람이 지루해서 훨씬 힘듭니다...
인생도 그렇다네. 세상을 생존하기 위해서 살면 고역이야...
고생까지도 자기만의 무늬를 만든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해내면, 가난해도 행복한 거라네.
이 구절을 읽으며 제 삶의 무늬는 어떤 모습일지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화려한 무늬는 없지만, 그 자체로 고유한 '무문석'처럼, 묵묵히 나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으니까요.
지금까지 나는 어떤 무늬를 짜왔을까? 앞으로는 어떤 무늬로 나를 채워가고 싶을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게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이 고민은 결국 선생님의 또 다른 질문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너 존재했어? 너 답게 세상에 존재했어? 너만의 이야기로 존재했어?"
결국 나만의 무늬를 짜는 것이야말로 '나답게 존재하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똑같은 시간을 살아도 이야깃거리가 없는 삶이 아니라,
고된 과정 속에서도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삶이야말로 선생님이 말한 '럭셔리한 인생'이겠지요.
일상의 모든 것은 말을 걸어온다
이 책은 거창한 철학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주변의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 생각의 실마리를 찾습니다.
"컵의 손잡이는 컵에 달렸으니 컵의 것이겠지만, 또 컵의 것만은 아니잖아. '나 잡아주세요'라는 신호거든..."
컵 손잡이에서 '관계'를, 낡은 스카프에서 '이야기'를 발견하는 선생님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 모든 것이 말을 걸어오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중요한 것은 뜬소문에 속지 않고,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질문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었습니다.
삶의 지혜, 불확실성을 껴안는 태도
"신념, 관념에 따라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게 인간사인데, '예스'와 '노'만으로 세상을 판단하거든. '메이비(Maybe)'를 허용해야 하네. '메이비' 덕분에 우리는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다리는 거야."
'정답'이 아니면 '오답'이 되는 세상 속에서 '아마도(Maybe)'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이 문장이 큰 위안을 주었습니다.
불확실하기에 우리는 희망을 품고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는 지혜가 마음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마치며, 계속될 나의 마지막 수업
솔직히 말해, 한 번의 독서로는 이 책의 깊이를 다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마치 인생의 모든 깨달음을 독자를 위해 하나하나 풀어 설명해주는 집약체 같아서,
두고두고 여러 번 읽으며 제 삶의 길목마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만의 '무늬'를 짜나가는 과정에서 이 책은 계속해서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고 있거나,
나만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인 분이라면,
주저 없이 이 책을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마지막 수업은 이제부터 시작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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